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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시장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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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Tour 2

 

 

정릉시장 구석구석, 하루에 다 볼 수 없는 다양함

정릉시장은 상권이지만 마을이고

산책로도 있는 재미있는 곳이에요.”

 

정릉시장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는 어릴 적 추억의 장소이자 지금은 생업 현장이 있는 일터다. 사실 일터가 추억으로 가득한 곳이니 좀 행복하다. 정릉시장은 다른 시장들과 달리 한곳에 점포가 줄지어 늘어선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타운을 이루고 있다. 시장 안으로 마을버스도 다니고, 빌라나 단독주택 등 주거지역도 포함되어 있다. 정든마을이나 손가정터 등 이야기를 가득 품은 장소도 있고, ‘청년살이발전소홈인정릉같은 지역민들을 위한 무료 공간도 있다. 비교적 젊은 상인으로서 정릉시장을 위한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던 차에 시장투어 가이드에도 참여하고 골목 만들기도 함께 하는 등 창업 후 5년간 눈코 뜰새 없이 바쁘고 즐겁게 지내왔다. 잠시 뒤를 돌아본다.

 

류형곤(우리동네세탁소) 사진 류형곤, 최영미, 양혁진

 

편집자 주 :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써둔 글이 많다며 류형곤 사장과 양혁진 팀장에게서 많은 자료를 받았지만, 막상 정리하다보니 최근에 없어진 곳이 너무 많았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오늘의 정릉시장을 찍으러 나갔다. 그런데 한낮 34도를 웃도는 폭염이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성북구 확진자 다수 발생으로 시장은 내가 본 이래 가장 조용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첫 카페였던 빈스브라운아저씨, 유일한 단골집이었던 손두부집 사장님과 유기농 빵집 언니, 충칭면 기막히게 만들던 중국인 친구들, 큰 개도 들어오게 해주셨던 홍탁집 사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임대두 글자가 나붙기 시작한 정릉시장이 부디 이 고비를 잘 넘겨 내년에도 좋은 사람들 그대로 같이 장사했으면 좋겠다. 많이 이용해 달라는 부탁보다 이웃이 되어 달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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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일 9, 세탁소로 출근하는 일

 

세탁소는 아침 9시에 문을 열지만 그보다 일찍 시장에 나와 한 바퀴 돌아보곤 한다. 북한산둘레길이나 정릉천 산책 후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도 한다. 정릉시장은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는 만큼 각각 문을 여는 시간도 달라 오후 3~4시는 돼야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저녁 장사하는 사장님들은 그제야 문을 열기 때문이다.

내가 정릉시장에 세탁소를 연 것은 아주 어릴 적부터 지닌 꿈이었다. 친구들이랑 정릉시장에서 자주 놀았는데, 친구 아버지가 세탁소를 하셨다. 깨끗하게 세탁된 옷과 운동화를 보면 기분이 정말 좋았다. 세탁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인지ᐧᐧᐧ 친구 아버지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나도 나중에 커서 돈 벌면 정릉시장에서 세탁소해야지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세탁소를 연 지 5, 정릉시장이 너무 좋아 매일 일찍 즐겁게 출근한다.

 


#2 각양각색 시장 친구들

 

어릴 적 함께 놀던 친구들은 이제 없지만 새로운 상인친구가 많이 생겼다. 단골손님도 많아지고 그중엔 특별히 친해진 이들도 있어 시장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그만큼 나는 이곳이 좋고, 정릉시장이 좋은 모습으로 오래도록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양한 시장친구들 덕분에 세탁소 일 외에 많은 일들을 시도해봤다. 그중 가장 즐거운 일은 역시 시장투어 가이드다. 덕분에 우리동네세탁소는 정릉시장 참새방앗간이 되었다.

정릉시장은 입구인 금메달마트부터 정든마을 주민자치이용시설까지 쭉 길게 이어지고, 양옆 골목으로 상점들이 뻗어가는 모습이다. ‘우리동네세탁소가 자리한 솔샘로18길은 현대부동산부터 슬로카페달팽이까지 이어지는 100미터도 안 되는 매우 작은 골목이다. 이 작은 골목에 상점 7, 일반 집 3채가 들어서 있다. 이 골목사람들만이라도 인사를 하고 싶어 시작된 느리게걷길프로젝트가 생각난다. 달팽이 사장님과 함께 했다. 짧은 길이지만 천천히 걸으며 쉬어가고,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면 , 안녕하세요~.” 반갑게 화답하는 이웃들이 있는 정릉시장이다. 가능한 많은 점포를 찾아 인사를 하고 지내다보니 타칭 정릉시장 마당발이 되었다. 없어진 점포도 많지만 새로 생기는 점포도 많다. 뉴페이스들을 소개해야 하는데,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3 시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몇 년 전에 개울장 운영팀에서 상인들 스토리텔링을 해준 적이 있다. 작가가 와서 이런저런 것을 묻더니 그럴듯하게 스토리텔링 간판을 만들어 매장에 붙여주었다. 시장 점포 전체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간판이 재미있어 찾아 읽기에 열심인 적도 있었다. 이 간판을 통해 점포주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졌다. 결국 우리는 사람을 보고 단골이 된다. 단골부자 정릉시장, 스토리텔링 간판을 보고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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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와일드하게, 평화유통

사장님이 가게 지붕 위에 만들어 놓은 수탉 조형물, 보이시죠?? 푸드득,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습니다. 여기 사장님도, 불의를 보면 못 참으신다네요. 고요한 겉모습 속에 정말 그런 면이 숨어 있는 걸까요? 티끌 하나 없이 정돈된 가게, 조곤조곤한 말씨, 차분한 손놀림. 하지만 사장님은 본인이 남자처럼 와일드한 성격이랍니다. 20001128. 노점상을 시작한 날이랍니다. 남편이 백화점 검품과에 연대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언니네 얹혀살면서 아홉 달 동안 노점상을 했더랍니다. 과일도 팔고, 김도 구워 팔고그러다가 부모님이 시골에 남겨주신 땅에 도로가 나면서 이 가게를 인수할 수 있었답니다. 그 후 16년째 닭과 달걀을 팔고 계십니다.

 

개구쟁이 사장님, 담양축산

젊네요. 83년생 돼지띠. 이 청년이 이 오래된 정육점의 현재 주인입니다. 젊은데 경험은 꽤 되네요. 정육점 집안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이 일을 했을까요? 아니라네요. 돼지띠 사장님은 본래 계측기기 연구자였답니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반쯤 우연으로 정육 일을 접하게 됐는데, 쿨하게 새 직업으로 받아들였다네요. 뭐 사람이 좋고, 시장이 좋고, 고기가 좋았답니다.

 

멋쟁이는 무슨장원철물

50여 년 전 사거리 편의점이 고아원이고, 다닥다닥 빌라 들어선 자리가 하꼬방동네였을 때 이 가게가 개업했습니다. 이 가게 둘째 사위인 사장님은 충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다가 장인의 부름을 받고 상경했습니다. 그게 30년 전. 아이들 공부만 마치면 되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세월이 이렇게 흘러 버렸답니다. 이 나이 먹고 다시 농사짓겠어, 이러다 끝나는 거지 뭐, 하고 말씀하시는 눈빛에 짙은 페이소스가 묻어 있네요. 이젠 장사도 재미없고... 하는 말꼬리가 멀리 고개를 넘어갑니다. 어딘지 강호에 숨은 호인의 포스가 느껴지네요. 은빛 갈기머리가 저녁 바람에 흔들립니다. 덥수룩한 수염과 헐렁한 셔츠 칼라 사이에 걸린 굵은 목걸이... 쉬는 날, 사장님은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누빕니다. 학창시절엔 경륜선수 생활도 하셨답니다. 정릉시장 오래된 철물점에 은거한 바람 같은 영혼이랄까요.

 

다 같이 한잔, 먹거리곱창

지금까지 있어줘서 고맙다는 얘기가 제일 기분 좋지. 그런 말 듣고, 어떻게 한잔 안 하겠어?” 장사를 준비하는 오후 두 시. 사장님 얼굴엔 어젯밤의 여운이 남은 것 같습니다. 어제는 10년 만에 다시 왔다는 젊은이들이 3 때 몰래 와서 소주를 마시곤 했다이실직고를 했답니다. 그래서 또 즐겁게 한잔. 사모님의 눈초리가 잔뜩 올라가 있네요. 사장님은 20년 전 부동산 사업을 해보려고 정릉으로 오셨답니다. 적성에 맞는 것 같지 않아 고민하다가 창업 컨설팅을 해주는 라디오방송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컨설턴트의 처방은 바비큐 가게를 하라는 것. 그 말 듣는데 회사 다닐 때 포장마차에서 곱창 구워먹은 게 퍼뜩 떠올랐다네요, 강원도 출신이라 곱창은 구경을 못해봤답니다. 이러구러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까지 10여 년. 처음엔 손님이 먹다 버린 곱창을 보고 속도 많이 상하셨다네요. 지금은 처녀총각 때 단골이던 손님이 아들딸 손을 잡고 찾아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고기 파는 일보단 손님들과 어울리는 일이 더 재미있나 봅니다.

 

추억을 붙여주는, 맘스밥버거

○○야 나랑 사귀자, 이학년 칠반 파이팅, 경축 고려중 우승... 가게 안 가득 붙은 메모지가 선풍기 바람에 팔랑팔랑합니다. 볼펜으로 꾹꾹 눌러 적은 글씨엔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가 소복소복 담겨 있네요. 나중에 다시 와서도 그 시간을 떠올릴 수 있게, 사장님은 메모지를 떼지 않을 거랍니다. 정릉은 제게도 추억이 많은 곳이죠. 80년대 연애할 때 여기 골목골목을 다 다녔어요. 청수갈비, 진흥족발... 남편이 청덕초등학교 졸업한 정릉 토박이거든요.” 이 가게엔 정릉시장에서 제일 어린 고객들이 찾아옵니다. 아이들이 착하고 인사성도 밝다는 게 사장님 말씀.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게 안에 놔둔 포스트잇 메모지가 하나둘 벽으로 가서 붙더라네요. 담쟁이덩굴이 번지듯이. 여자애들은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와서 수거해가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새 남자친구랑 와서 다시 하트를 그려서 붙여놓죠. ㅎㅎㅎ , 사장님이 주먹밥 만들 때 쓰는 도구는 이웃 커피숍에서 빌린 에스프레소 템퍼입니다. 템퍼로 누른 주먹밥맛, 궁금하지 않으세요?

 

 

#4 청년, 그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시장을 둘러보는 일

 

버들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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